그저께였다.
매미가 울기 시작한게.
비가 억수같이 오는 날들인데도
잠깐 잠깐 해가 얼굴 내밀 때 열심히도 울어댄다.
이제야 진짜 여름인가 싶다.
징징대지 않고 멀쩡히 잘 놀고 있는 아가를
포대기로 내 몸에 묶고
며칠 내내 내린 비와 어두움에 우울해 할까바
괜히 주절주절 떠들어 준다.
포대기에 아가 업고 부채들고
둥실둥실 스텝을 밟으며 동네를 돌아다니면
그야말로 동네 아줌마.
한 손에 메로나를 들어주면 완벽한 장면.
이 아줌마가
그림 좀 그리려고 스케치를 시작했는데 진도가 안나간다.
장마 때문에 그리기 시작한 그림인데 장마가 끝나간다.
여름 안에는 그리겠지.
그래도 진행중인 그림이 펼쳐져 있으니
조금은 느려도 마음은 배부르다.
아. 여름아. 안녕.
July 18, 2013
July 9, 2013
July 3, 2013
*
출산 후 첫 창조적 활동, 아기 백일을 위한 왕관.
얼마나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작업했는지...
작업하는 방에는 에어컨이 없어 여름에는 큰일이다.
백일을 준비하면서,
먹는것 이외에 돈을 쓰지 말자고 마음 먹고 작업에 들어갔다.
그런 생각 없이 왕관을 구상하고 재료를 구입해서 왕관을 만들었다면
완전히 다른 것이 나왔겠지.
그런 의미에서 작업할 때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 머리 속 이미지 조각들, 재료들-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깨닫는다.
그림 그리던 일에 비하면 이건 그냥 놀이같은 거였지만
나름 깨달음이 있네 :)
아이를 돌보면서 작업할 에너지가 아직은 조금 부족하지만
열심히 자료를 모아 눈으로 계속 이미지를 먹고, 내 것으로 소화하고,
또 생활 속에서 재료도 모아두고,
이야깃거리, 아이디어들도 잘 적어두고 해야지.
매일매일 이렇게 저축을 잘해두면 미래는 희망적이다.
현실에 실망할 일은 없다.
얍!
다만- 여름을 잘 이겨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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