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17,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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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권태에 사로잡혀 신음하는 마음 위에
무겁게 내리덮인 하늘이 뚜껑처럼 짓누르며,
지평선의 틀을 죄어 껴안고, 밤보다도 더욱
처량한 어두운 낮을 우리에게 내리부을 때.

대지가 온통 축축한 토굴감옥으로 변하고,
거기서 <희망>은 박쥐처럼 겁먹은 날개로
마냥 벽들을 두들기며, 썩은 천장에
머리를 이리저리 부딪치며 떠돌 때,

내리는 비 광막한 빗발을 펼쳐
드넓은 감옥의 쇠격자처럼 둘러칠 때,
더러운 거미들이 벙어리떼를 지어
우리 뇌 속에 그물을 칠 때면,

별안간 종들이 맹렬하게 터져 울리며
하늘을 향하여 무시무시한 고함을 지르니,
흡사 고향을 잃고 떠도는 정령들이
끈질기게 울부짖기 시작하는 듯.

ㅡ그리곤 북도 음악도 없는 긴 영구차 행렬이
내 넋 속을 느릿느릿 줄지어 가는구나.
<희망>은 꺾여 눈물짓고 잔인 난폭한 <고뇌>가
내 푹 숙인 두개골 위에 검은 기를 꽂는다.

<음울>, 보들레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