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든은 작곡할 때 언제나 멋진 가발을 쓰고 정장을 했지. 금, 은 분가루까지 가발에 뿌리고 말이야." 나는 약간 놀라서 오시마 상의 얼굴을 본다. "하이든이요?" "그는 그렇게 하지 않고는 제대로 작곡을 할 수가 없었던 거야." "어째서요?" "어째서인지는 모르지. 그것은 하이든과 가발 사이의 문제야. 남은 알 수 없어. 아마 설명도 할 수 없을 거야."
사유가 먼저 있고, 그 도달한 사유에 맞춰 거꾸로 체험을 구성할 경우 작품은 파탄을 면치 못한다. 사유로부터 경험이 도출되는 것은 마치 몸에 옷을 맞추지 않고 옷에 몸을 맞춘 것처럼 어색하다. 몸에 옷을 맞추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규범이듯, 경험에 사유가 뒤쫓아 가 그 경험을 완전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예술적 창조의 원리이다. <다시 쓰는 문학에세이>, 김상욱